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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1930년대 경성, 고요한 절망 속 피어난, 그녀의 이름 1930년대 경성에서 피어난 감정의 기억 2008년 개봉한 한국 영화 '모던보이'는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적 배경 위에, 한 남자의 혼란스러운 사랑과 한 여자의 묵직한 신념을 아련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아이를 재우고 혼자 조용한 거실에 앉아있던 어느 밤이었습니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 무심코 시작한 영화였지만,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저릿한 감정이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이해명(박해일 분)은 겉보기엔 완벽한 남자입니다.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검사이자, 세련된 외모와 유머 감각까지 갖춘 당대의 '모던보이'입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모 없이 자라나며 마음 둘 곳이 없었고, 시대의 부조리 속에서도 무언가를 지키려는 용기 없이 현.. 2025. 7. 28.
[도가니] 아이들이 보낸 신호, 잊히지 않는 그 눈빛,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그날, 아이들이 보낸 신호 영화 '도가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짓누르는 고요한 절규로 가득합니다. 관객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절제된 연출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엄마로서 이 영화를 접한 저는, 사건의 진실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 그 침묵 속에 외면당한 아이들의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분명 신호를 보냈고, 구조를 요청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듣지 않았고, 그 침묵은 결국 오래된 상처가 되어 버렸습니다. 영화 '도가니'를 처음 봤을 때 제 아이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한창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부대끼며 자존감을 키워갈 나이였죠. 그런 아이가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을 때, 과연 저는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도가니는 단순한 사회 고발 영화가 아닙니다... 2025. 7. 28.
[연애 빠진 로맨스] 그리움을 찾아서, 익숙함 속에 피어나는 새로움, 관계의 회복 시간 속에 잃어버린 감정, 그리움을 찾아서 결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삶의 중요한 단계입니다. 결혼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과 안정, 사랑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 생활의 일상은 점차 반복적이고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그 익숙함 속에서 설렘과 두근거림은 서서히 사라지고, 대신 편안함과 안정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결혼 전의 열정적이고 불확실한 감정은 일상이라는 강물 속에 점차 묻히고, 결국 어떤 감정의 흐름이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살아가게 됩니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이러한 결혼 후의 감정적 변화를 잘 그려냅니다. 주인공 자영(전종서 분)은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인물로, 감정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현실에 고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영은 시간이 흐르면.. 2025. 7. 27.
[이 별에 필요한] 그때의 나를 마주 보다, 작지만 확실한 우주, 결국 사랑입니다 그때의 나를 마주 보다 2025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감정과 자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감성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혼자 조용히 감상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는 누구였을까?", "언제부터 내 이름을 잊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결혼 12년 차,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의 중심이 저 자신이 아니라 가족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가족은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엄마', '아내'라는 역할에.. 2025. 7. 27.
[실미도] 사라진 청춘 위에 남겨진, 말하지 못한 상처, 진실을 전하는 삶 사라진 청춘 위에 남겨진 이름 없는 눈물 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를 다시 마주한 지금, 저는 40대 초반의 평범한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만 해도 저는 아직 사회와 인생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저 격정적인 액션과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인상만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본 '실미도'는 저에게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속의 청년들은 그저 군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실미도 684부대 요원들의 삶은 단지 국가의 지시를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한 개인의 존재가 지워질 수 있다는 무서운 진실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사회에서 버려진 존재들이었지만, 국가라는 이름 아래 모여 한.. 2025. 7. 26.
[봄날은 간다] 남겨진 계절의 기억, 침묵 속의 단절, 조용한 성장 잊힐 듯 남겨진 계절의 기억 2001년에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이 영화는 아주 담담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대답합니다. 스무 살 시절에 봤던 이 영화는 그저 아련하고 슬픈 로맨스로만 기억되었지만, 지금 40대 초반의 기혼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니 그 감정의 결은 훨씬 깊고 복잡하게 다가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 감정의 조율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사랑은 마냥 설레고 아름다운 감정만이 아니라, 때로는 지치고 흔들리는 감정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 2025.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