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흔들리는 감정, 말 없는 진실, 조용한 작별
흔들리는 감정, 고요한 파문 사랑이라는 말은 늘 달콤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사랑을 설렘, 기쁨, 감동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과 연결 지어 배워왔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사랑은 극적이고 열정적이며, 때론 운명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40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사랑은 더 이상 그렇게 단순한 감정으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점점 더 복잡하고, 무거우며, 모순된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랑은 더 이상 가슴 뛰는 일이나 낭만적인 판타지가 아닙니다. 이제 사랑은 책임의 무게로, 감정의 불꽃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 가능성으로,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내는 실질적인 태도로 바뀌어갑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은 더 이상 느낌이 아니라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
2025. 6. 6.
[동주] 흑백의 스크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오늘을 사는 나에게
흑백의 스크린, 한 편의 시로 다가오다 세월이 흐르니 영화도 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장면은 구절처럼 되새김질되고, 어떤 대사는 한 줄의 시처럼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갑니다. 영화 '동주'를 처음 보았던 때가 2016년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고, 윤동주라는 시인의 삶을 두 시간 남짓한 흑백 화면 속에서 마주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의 청춘과 고뇌, 시적 감수성에 깊이 감탄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 감정은 어쩌면 어리고 순진한 연민의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청춘', '슬픈 시대의 시인'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해 버렸던 것이죠. 하지만 올해 봄, 40대가 되어 다시 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는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이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주는 깊이는 생각보다 놀라웠습니..
2025. 6. 4.
[웰컴 투 동막골] 잔잔한 감동, 아이러니 속에서 피어난 인간성, 실천할 수 있는 따뜻함
낯설게 시작된 잔잔한 감동 2005년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처음 본 건 육아와 직장이라는 두 가지 무게를 동시에 짊어지고 있던 30대 후반 무렵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던 시기였죠. 당시에는 그저 전쟁을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영화 정도로 생각하며 감상했지만, 다시 40대에 접어들어 이 영화를 다시 마주했을 때, 그 느낌은 전혀 달랐습니다. 마치 같은 책을 다른 인생의 계절에 다시 읽는 것처럼, 영화가 전해주는 울림은 훨씬 더 깊고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시작은 낯설고도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한국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 북한군, 국군, 그리고 미군..
2025.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