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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눈부신 시작, 애틋한 약속, 부부의 깊은 사랑

by dall0 2025. 8. 26.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눈부신 시작, 애틋한 약속, 부부의 깊은 사랑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눈부신 시작, 애틋한 약속, 부부의 깊은 사랑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의 눈부신 시작

 

2004년에 개봉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라, 당시 젊은 세대에게 사랑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보던 20대 초반의 저는 아직 결혼은커녕 사회 경험도 많지 않았습니다. 손예진이 연기한 '수진'은 순수하고 따뜻했으며, 정우성이 연기한 '철수'는 거칠지만 내면의 깊은 사랑을 품은 남자였습니다. 그 두 사람이 만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점차 믿음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저 같은 젊은 여성에게 꿈꾸던 사랑의 전형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첫사랑의 설렘은 현실보다 훨씬 이상적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버려진 캔커피 하나를 매개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은 우연이 만들어낸 인연의 기적을 상징했습니다. 당시에는 저도 언젠가 영화 같은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고, 극장을 나서며 한동안 가슴이 벅차오르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40대 초반 기혼 여성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 설레는 시작이 단순히 예쁜 사랑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결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처음의 설렘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지가 대신하게 됩니다. 철수가 수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니라 '이 사람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연애 시절에는 단순히 행복한 순간만을 꿈꿨지만, 결혼 후에는 부부란 기쁨과 슬픔, 설렘과 지루함까지 함께 나누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사랑의 시작이 얼마나 아름답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오래 지켜낼 것인가'라는 질문임을 깨닫게 됩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흐려지는 기억 속에 피어난 애틋한 약속

 

영화의 전환점은 수진이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젊고 건강해 보이는 여성이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설정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슬프다'라는 감정이 전부였던 반면, 지금은 그 장면에서 삶의 무게와 현실을 더 깊이 느낍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점점 기억력이 약해지고, 주변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영화가 단순한 비극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수진은 사랑하는 남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감정은 끝내 지워지지 않습니다. 철수를 보며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고, 때로는 본능적으로 그를 붙잡으려 합니다. 그 모습은 사랑이란 단순한 기억의 영역이 아니라, 영혼과 무의식에 새겨지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결혼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했습니다. 부부로 살아가다 보면 작은 다툼이나 오해가 쌓여 마음이 멀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소한 감정은 잊히고, 남는 것은 서로를 향한 깊은 유대감뿐입니다. 만약 제 배우자가 기억을 잃어간다면 저는 끝까지 곁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스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기억이 사라져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본질적인 감정을 믿고 지켜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철수가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멋진 남자의 이상형이 아닙니다. 그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사랑으로 수진을 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부의 약속이자, 결혼이란 제도가 가진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좋을 때나, 슬플 때나, 병들 때나 함께한다'는 서약은 결코 형식적인 문장이 아니라, 삶의 순간마다 지켜야 하는 진짜 약속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가르쳐줍니다.

 

오늘을 지켜내는 부부의 깊은 사랑

 

영화의 마지막에서 철수는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끝까지 수진의 곁을 지킵니다. 수진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조차 그는 절망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냅니다. 젊은 시절 이 장면을 보았을 때는 '이런 사랑이 현실에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이 장면을 통해 결혼 생활의 본질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화려한 로맨스가 아니라, 현실의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저는 이 영화 속 철수의 모습이 단순히 이상적인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 관계는 늘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과 가정의 무게를 감당하다 보면 서로에게 서운함이 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도 서로를 놓지 않고 버티는 힘이야말로 부부가 지켜야 할 진짜 사랑입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저는 오늘을 살아가는 제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기억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서로를 위해 웃어주고, 작은 배려를 나누고, 함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가장 소중한 사랑의 증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단순히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단순히 영화 속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주제입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손예진과 정우성의 아름다운 연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저 같은 기혼 여성에게, 이 영화는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