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1987] 진실을 마주하다, 평범한 사람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by dall0 2025. 6. 9.

[1987] 진실을 마주하다, 평범한 사람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1987] 진실을 마주하다, 평범한 사람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1987년,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다

 

나는 40대의 평범한 주부입니다.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교과서 속 문장에만 머무르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지요. 그러나 성인이 되어 사회를 경험하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지금은, 뉴스에서 '시민의 힘'이라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떤 울림 같은 것이 밀려옵니다. 그런 저에게 영화 '1987'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역사적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단순한 한 청년의 죽음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권의 움직임과, 그에 맞서 정의를 외치고 진실을 밝히려 했던 수많은 시민들의 연대로 인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극은 당시 정권의 폭력성과 억압, 그리고 그에 저항한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기자, 검사, 대학생, 교도관, 심지어 양심을 따라 행동한 경찰 내부 인물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행동을 감행하며, 점차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 집 안의 공기가 유독 무거웠던 어느 날의 기억이었습니다. 부모님이 TV 뉴스를 보며 말없이 고개를 저으시던 모습, 괜히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하시던 순간들이 이제 와서는 모두 그 시대의 무언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반영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1987' 속 장면들은 더 이상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내가 자라온 시대의 숨결이자, 내 아이가 서 있는 현재와도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저릿했고, 어떤 책임감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영화가 어떤 영웅 한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이름 없이 살아가던 수많은 평범한 이들이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행동하고, 결국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누리고 있는 권리와 자유는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이름 없는 이들의 결단과 연대 속에서 피어난 결과였음을 절감했습니다. 영화 '1987'을 보고 나면 단순히 "감동적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은 결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대사처럼, 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지금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내 자식에게 어떤 어른으로, 어떤 세대를 살아온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부조리 앞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987'은 한 시대의 기록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과거를 마주한 것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자리와 역할을 되새기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진실을 향한 용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역시 그 바통을 이어가야 할 주체임을 잊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폭력 앞에 서 있는 평범한 사람들

 

영화 '1987'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단순한 사망 사고로 조작하려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입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권력의 억압과 그에 맞서는 양심의 힘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 권력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개인,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진실을 외치려는 이들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기자 윤상삼, 검사 최환, 교도관 한병용과 같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종철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마주하며 그들은 중요한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이대로 침묵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이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인물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질문입니다. 거대한 부정의 앞에서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것, 그것은 곧 부정의에 동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들은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영화 '1987'을 보며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불의에 눈감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아이에게 전할 수 있을까, 올바름을 실천하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습니다.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결국 부모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연희의 변화는 이 고민을 더욱 구체화시켜 줍니다. 처음에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친구의 죽음과 그에 얽힌 진실을 마주하면서 점차 행동하게 됩니다. 연희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그 진실 앞에 정직하게 설 것인가. 영화 '1987'은 그런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던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용기를 조명합니다. 단지 몇몇 영웅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보통 사람들의 연대가 결국 세상을 움직였다는 메시지는 큰 감동을 줍니다. 그들의 용기가 쌓이고 연결되어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책임을 남깁니다. 저는 영화 '1987'을 통해 다시 한번 제 자신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오늘, 내 양심에 떳떳한가?"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진심 어린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잊지 않게 해 줍니다. 앞으로도 저는 진실 앞에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지키며, 아이에게도 그런 삶의 태도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용기들이 모이고 이어질 때,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

 

영화 '1987'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도록 제 마음에 남은 것은 '기억의 책임'입니다. 이 영화를 단지 눈물 흘리는 감동의 드라마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애도하거나 슬픔에 젖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세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때문입니다. '1987'은 이한열 열사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중심으로,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검사, 기자, 간호사, 대학생,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까지. 이들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실을 드러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과거의 역사가 단지 교과서에 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현실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저는 문득 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주민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웃, 아파트 게시판에 동네 소식을 전하던 청년,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 그들은 영화 속 인물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격변의 시대는 아니지만, 우리 역시 불의와 마주하고, 작지만 의미 있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그들도 언젠가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정의를 실현할 기회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1987'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이 말은 단지 과거의 운동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자 과제입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사회의 구성원인 시민으로서 나는 지금 나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SNS에 글을 올려 내 생각을 나누고, 아이에게 과거의 진실을 바르게 들려주며, 마을의 작은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1987'은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과거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영화입니다. 그 무거운 질문 앞에서 저는 나름의 방식으로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며, 끝까지 외면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우리의 질문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세상을 원하며, 그 세상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질문에 응답하는 태도 자체가 곧 우리가 기억을 책임지는 방식이며,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열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