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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지켜야 할 사람들, 스쳐가는 순간들이 남긴, 희망의 조각

by dall0 2025. 7. 31.

[해운대] 지켜야 할 사람들, 스쳐가는 순간들이 남긴, 희망의 조각
[해운대] 지켜야 할 사람들, 스쳐가는 순간들이 남긴, 희망의 조각

 

 

흔들리는 삶 속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

 

2009년 여름, 영화 '해운대'는 단순한 재난 블록버스터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화려한 시각 효과와 국내 최초의 재난 영화라는 수식어에 관심이 갔지만,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본 40대 초반의 주부로서는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거대한 자연재해보다도,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가족과 이웃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그게 이 영화의 진짜 중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원 배우가 연기한 '연희'는 누구보다 현실적인 여성입니다. 자식 하나 키우며 해운대에서 장사하는 그녀는 생계를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랑을 숨기기 위해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녀가 과거를 숨기며 태식을 대하는 방식이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안에는 너무나 많은 아픔과 고민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 두었던 감정들을 떠올렸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된 것인지 이 영화는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해운대 바닷가의 평화로운 일상은, 마치 우리 삶의 어느 오후처럼 평온하고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사정과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모든 인물이 하나의 파도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 안에서 우리는 결국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가족을 지키고, 사랑을 표현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매일을 버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해운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스쳐가는 순간들이 남긴 깊은 울림

 

영화 '해운대'를 보다 보면 마음을 오래 붙잡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CG나 위기의 순간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조용하고 소박한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가 마음을 울립니다. 김인권 배우가 연기한 '동춘'은 말수가 적고 조금은 서툰 아버지이지만, 그가 자폐 성향의 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딸을 지키기 위해, 일상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 남편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나면 사랑은 점점 익숙함에 묻혀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도 늘 애정은 존재합니다. 동춘처럼, 때로는 서툴게 드러나기도 하고, 표현 없이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는 법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남편의 무뚝뚝한 행동 뒤에 숨은 진심을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늙어가고, 함께 고생하며 살아가는 이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 '김휘'와 장영남 배우의 '유진' 커플은, 영화 '해운대' 속에서 또 다른 감정선을 담당합니다. 이혼한 부부, 남겨진 딸,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남긴 메시지.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짓누르듯 다가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오늘이 얼마나 기적 같은 날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온 날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랑을 고백하게 만듭니다. 저 역시 그 장면을 보며 휴대폰을 들어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바쁘단 핑계로,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며 진심을 전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주, 너무 자주 소중한 사람을 뒤로 미룹니다. 나중에 말하자고, 다음에 안아주자고 하며 기회를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영화 '해운대'는 말합니다. 그다음은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잔인한 운명 속에서도 피어난 희망의 조각

 

영화 '해운대'의 후반부는 숨이 막힐 만큼 압도적입니다. 거대한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치고, 사람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아이를 구조하는 아버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남자, 그리고 멀리 서라도 자식을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절규. 이 장면들은 제 가슴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습니다. 40대라는 나이는 참 애매한 시기입니다. 젊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노련하지도 않은 이 시기에는 인생의 무게가 유독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자녀의 양육과 부모의 돌봄, 가정의 경제적 책임까지 짊어진 우리는 언제나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해운대'는 그런 저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당신이 버티는 이유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요. 영화는 결국 많은 이들의 이별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피어난 사랑과 용기의 이야기들이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줍니다. 그 어떤 거대한 파도보다도 강했던 것은, 바로 사람 사이의 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스크린을 넘어, 제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아이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토록 평화로운 오늘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남편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이 밤도, 언젠가 우리가 그리워할 장면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오늘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눈을 바라보며 사랑한다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