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보다 소중한 오늘을 말하다
2023년 개봉한 영화 '카운트'는 단순히 권투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메시지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극 중 주인공 시헌(진선규 분)은 한때 전국을 호령하던 복싱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과거와는 달리, 그의 현재는 조금은 고단하고 밋밋하게 그려집니다. 40대 초반의 저에게 시헌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결혼과 육아, 일상의 반복 속에서 나 자신보다는 가족의 중심으로 살아오다 보면,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누구였는지 잊게 되곤 합니다. 시헌이 과거를 붙잡지 않고,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학생들과 진심으로 부딪히며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은 마치 제 삶에 대한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현실적인 온도입니다. 전직 챔피언이라는 화려한 배경이 있음에도, 시헌은 그 명예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등학생 제자들과의 갈등과 소통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처음엔 반항적으로 보였던 학생들이, 시헌의 진심 어린 관심과 열정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그 과정을 보며, 저도 다시 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의 갈등, 때로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대화 부재 속에서, 내가 먼저 다가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기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내 삶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카운트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마음을 두드리는 작은 진심의 펀치
'카운트'의 서사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영화는 과장된 영웅 서사를 피하고, 오히려 일상 속 작은 갈등과 상처를 진솔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시헌과 문제아로 낙인찍힌 고등학생 윤우(성유빈 분)와의 관계는 이 작품의 감정적 중심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우는 가정환경도, 학교 생활도 그리 녹록지 않은 아이입니다. 시헌은 그런 윤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복싱을 통해 그를 다시 세상과 연결시키려 합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며 제 아이가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번 넘어지고 눈물을 보이던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며 '다시 해보자'라고 말했던 순간이요. 시헌은 윤우에게 엄한 선생님이라기보다, 인생의 멘토 같은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의 말과 행동 속에는 '너를 믿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도 아이를 키우며 늘 갈팡질팡하지만, 결국 아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믿음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빛나는 지점은 바로 이 진심 어린 소통입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제게 '카운트'는 그동안 놓쳐왔던 관계의 본질, 가족의 의미,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건네준 이야기
영화 '카운트'는 단지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합니다. 시헌이 복싱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은, 마치 지친 일상 속에서 다시 꿈을 꿔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평소 미뤄왔던 취미 수업에 등록했습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수채화를 다시 꺼내 들었고, 하루 30분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은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순간이었습니다. 영화 속 시헌처럼, 저도 조금씩 다시 나를 회복해 가는 중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가치들 진심, 신뢰,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단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관심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는,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깊이 와닿았습니다. '카운트'는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안에는 삶의 리듬, 성장의 발자국,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 자신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요. 결론적으로, '카운트'는 40대 초반 기혼 여성으로서의 제 삶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잊고 지낸 꿈, 관계의 회복, 그리고 현재의 의미. 이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소중한 영화였습니다.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응원하는 이 따뜻한 이야기, 많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