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나를 마주하게 한, 여성으로서의 선택, 삶 되돌아보기

[작은 아씨들] 나를 마주하게 한, 여성으로서의 선택, 삶 되돌아보기

 

 

나를 마주하게 한 이야기의 시작

 

2019년 개봉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미 책을 먼저 읽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제 40대에 접어든 여성으로서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경험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삶의 물음들과 감정의 결들을 다시금 되새기는 아주 개인적인 여정이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저 따뜻하고 아름다운 네 자매의 성장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이 작품이, 이제는 제 삶과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작은 아씨들'속 조 마치의 자립적인 태도는 젊은 시절의 제 열정과 이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글을 쓰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언젠가 저도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반면 메그가 선택한 전통적인 삶, 가족을 중심에 두고 평범한 행복을 좇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현재의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돌보고 안정적인 일상을 꾸려가는 일 역시 그 자체로 얼마나 깊은 용기와 가치가 있는지를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베스의 조용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에이미의 야망과 자기표현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네 자매는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 선택들이 옳고 그름으로 나뉘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저 자신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의 역할이나 정체성으로만 규정되기를 강요받지만, 사실 우리 안에는 조의 열정도, 메그의 따뜻함도, 베스의 배려도, 에이미의 야망도 모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작은 아씨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것이 단지 과거 19세기 미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도 깊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으로서 사랑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고, 가족과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세상이 원하는 삶과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작은 아씨들'은 단지 고전의 재해석이 아니라, 현대 여성들의 삶과 정체성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자연스럽게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청춘의 시기를 지나,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어느새 잊고 있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지, 그리고 그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를 조용히 되묻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대단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지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제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렸습니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다시 만난 듯한 이 작품은 제게 큰 위안이자 영감이 되었습니다. 우리 각자가 삶 속에서 겪는 작고도 중요한 선택들, 그 속에 담긴 감정과 고민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단지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영화 '작은 아씨들'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제 자신을 마주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도 때때로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선택, 그리고 그 무게

 

영화 '작은 아씨들' 속 조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당시로서는 과감하고도 급진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여성은 결혼을 해야만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시대,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성의 성공이 곧 좋은 결혼으로 여겨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조는 '결혼하지 않고도 나답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몸소 실천하고, 사회가 정해 놓은 경로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어릴 적에는 그 모습이 단순히 멋지고 자유로워 보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선택이 얼마나 고독하고, 동시에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40대가 되어서는 삶의 선택 하나하나가 이전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집니다. 젊었을 때는 '나중에'라고 미뤄두던 것들이 점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됩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은 나의 삶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 자신보다 남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진짜 나는 점점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조처럼, 사회 속의 나와 가정 속의 나,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잊힌 진짜 나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해 왔습니다. 결혼을 했는가, 아이가 있는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로 여성의 삶이 너무나 쉽게 판단되는 현실 속에서, 조의 독립적인 삶의 선택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습니다. 조차도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흔들리던 순간이 있었던 만큼,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흔들림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가 자신의 글을 끝까지 써 내려가는 장면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선택과 용기는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내겠다는 단단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하든, 그 안에 진심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조의 삶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성의 삶이 결혼이나 가정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영화 '작은 아씨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결혼과 육아가 가장 큰 자아실현의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길이 되어선 안 됩니다. 각자가 처한 삶의 조건과 가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영화 '작은 아씨들' 속에서 조와 마르미(엄마)가 나누는 대화는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나는 나만의 삶이 있어. 그러나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니까 잠시 멈춘 거야." 이 한마디는 제 가슴을 깊게 울렸습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과 욕망을 잠시 뒤로 미루고 살아갑니다. 그 희생이 때로는 당연시되고, 때로는 잊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잠시 멈춘 시간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닙니다. 나의 삶이 멈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시간이었음을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처럼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마르미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삶의 방식이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조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고 있나요?'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우리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아씨들'과 함께한 삶 되돌아보기

 

영화 '작은 아씨들'을 보고 난 후, 오래된 앨범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앨범 속 사진들은 과거의 나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웃고 있는 얼굴, 꿈을 품고 있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시절의 나. 그때의 나는 꿈 많은 소녀였고, 조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저 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를 알아봐 줄 것 같았고, 내 이야기가 언젠가는 세상에 울려 퍼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꿈들은 점차 잊히고, 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맡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고,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내 이름보다는 누군가의 무엇으로 불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의 엄마, 남편의 아내, 동료들의 일원으로 살아가다 보니,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모든 역할도 제 삶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아내로서 가정을 돌보는 시간, 회사에서의 역할 등은 모두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부분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영화는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작은 아씨들' 속의 네 자매처럼, 각자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이 겪는 이야기는 모두 다릅니다.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을 찾고, 그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감될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조가 글을 써 내려가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쫓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싸웁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임을 깨닫게 해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조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해 '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바쁘고 복잡해도, 일상 속에서 우리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만의 삶의 색깔을 더하고, 그 색깔이 어둡거나 밝거나 상관없이, 그것이 나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무엇이라 말하든, 우리는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을 보고 나서 저는 작은 변화들을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하루 10분이라도 내 마음의 소리를 적어보는 것, 아이에게도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삶을 존중하는 것. 그런 작은 실천들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예전에는 '엄마'라는 역할에만 집중했던 시간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을 놓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나라는 존재를 다시 돌아보며 나만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며, 그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나 자신을 더 잘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만 노력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나 자신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엄마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행복하고, 나 스스로 존중할 수 있을 때, 아이들에게도 진정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진정으로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세상과 남의 기준에 맞춰 살기보다는, 내 마음과 내 소리를 따르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한 후, 그 결심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강한 마음을 가지고,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내가 제 삶의 주인공임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랑일 것입니다. '작은 아씨들'은 그저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중요한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자신을 잃지 않으며,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이제는 저도 조처럼 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