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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현실과 가상의 경계, 가족의 의미,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

by dall0 2025. 7. 14.

[원더랜드] 현실과 가상의 경계, 가족의 의미,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
[원더랜드] 현실과 가상의 경계, 가족의 의미,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다

 

2024년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감성 SF 드라마입니다. 40대 초반, 결혼 10년 차인 제게 이 영화는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감정과 깊이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제 입장에서, 이 영화는 잊고 있었던 감정과 기억을 되살려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원더랜드는 인공지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가상공간입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도, 원더랜드에서는 생전의 모습과 말투, 기억까지 구현된 AI를 통해 재회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 설정은 제게 굉장히 감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언젠가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혹은 사랑하는 배우자와 이별하게 된다면, 저 역시 원더랜드를 이용해 그리움을 달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탕웨이와 박보검이 연기한 부부의 이야기는, 제 또래 여성으로서 깊이 공감이 갔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대신해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아내의 모습은, 어쩌면 저 자신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녀가 남편의 복제를 원더랜드에 의뢰하는 선택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애절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원더랜드'는 단순히 상상력에 기반한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감정과 상실,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입니다. 제게는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슬픔과 사랑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다

 

40대 초반의 기혼 여성으로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이라는 존재는 때론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잊곤 합니다. 영화 '원더랜드'는 그런 저에게 가족의 존재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특히 김태용 감독은 감정을 자극하는 연출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나는 내 가족을 얼마나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듭니다. 탕웨이와 박보검의 부부 외에도, 수지와 정유미, 최우식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와 사랑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각각의 사연은 짧지만 임팩트 있게 다가오며, 그 속에는 '이별'이라는 공통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지가 연기한 캐릭터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원더랜드를 통해 다시 만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는, 원더랜드를 통해 진심을 전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저도 눈물이 나올 만큼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원더랜드라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마음은 헤어짐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이별입니다. 저 역시 결혼 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가끔은 소홀했음을 반성하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 내 가족과 더 자주 소통하고 사랑을 표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원더랜드는 단순히 죽은 사람과의 재회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 간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이는 마치 현실 속 우리가 사용하는 SNS나 메신저처럼, 기술이 감정을 매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기술이 인간관계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방법

 

영화 '원더랜드'를 보고 난 후, 제 마음속에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위로였습니다. 40대의 저는 이제 이별과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부모님의 연세가 점점 많아지고, 친구나 지인의 부고 소식도 점점 잦아지는 나이입니다. 이 시점에서 원더랜드라는 공간은 슬픔을 완전히 지워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 슬픔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박보검이 연기한 남편 캐릭터는 가상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따뜻하게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의 존재는 진짜가 아니지만, 그 대화와 기억이 진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감정 자체를 생성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감동했습니다. 물론 원더랜드라는 기술이 윤리적 문제나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고, 이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회피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위험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감정적 위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제게 있어 원더랜드는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감정의 공간이자, 잃어버린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의 통로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가 남편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히 이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진정한 성장의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게도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 있는 현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