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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엄마] 문득 스치는 질문, 상처로 맺어진 관계, 결핍 속에서 피어난 사랑

by dall0 2025. 5. 24.

[열한번째 엄마] 문득 스치는 질문, 상처로 맺어진 관계, 결핍 속에서 피어난 사랑
[열한번째 엄마] 문득 스치는 질문, 상처로 맺어진 관계, 결핍 속에서 피어난 사랑

 

 

나의 엄마는 몇 번째였을까, 문득 스치는 질문

 

40대에 접어든 지금, '엄마'라는 단어는 단순한 존재를 넘어 나의 삶을 설명하는 키워드입니다. 어릴 적엔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고, 사춘기엔 때때로 얄밉기도 했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의 희생과 고단함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또 얼마나 많은 감정을 품어야 하는 자리인지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런 제게 영화 '열한번째 엄마'는 단순한 가족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엄마라는 존재의 부재, 혹은 반복된 존재의 교체 속에서 성장해야 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너무도 쉽게 지나쳐온 '돌봄'의 무게와, '가족'이라는 말이 갖는 복잡한 감정들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엄마'라는 말이 지닌 상징성, 그것이 주는 따뜻함과 동시에 위태로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져주었습니다. 극 중 주인공인 열한 살 상훈이는 아버지와 함께 삽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술과 폭력에 찌들어 있고, 집에는 수시로 새로운 엄마들이 드나듭니다.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는 돌봄과 애정의 상징이어야 하지만, 상훈이에게 엄마는 늘 바뀌는 얼굴, 낯선 말투, 예측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열한 번째 여자가 집에 들어오면서, 상훈이의 삶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영화의 제목 '열한번째 엄마'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단지 숫자의 반복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적된 상처와 감정의 무게, 그리고 아이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를 대변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릴 적엔 당연하게만 여겼던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큰 책임과 헌신 위에 놓여 있는지를, 이 아이의 삶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과연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어떤 기억을 남기고 있을까?', '내 아이가 스무 살쯤 되었을 때, 나는 그 아이의 몇 번째 엄마였다고 기억될까?' 물론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단 한 사람의 엄마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 나는 언제나 같은 얼굴, 같은 태도의 엄마였을까요? 어떤 날은 따뜻하고 친절했지만, 어떤 날은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감정에 치여 차가웠던 날도 있었을 겁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엄마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라, 열 개, 스무 개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열한번째 엄마'의 도입부가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이 얼마나 위태롭게 아이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자리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존재인 엄마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늘 바뀌는 얼굴, 늘 사라지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 그것은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가족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모두에게 따뜻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이 영화는 냉철하게 보여줍니다. 상훈이의 삶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상 가족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지만, 그 안에서도 아이는 사랑을 갈구하고, 안정과 연대의 감정을 소망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 저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엄마로 남을 것인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얼굴의 엄마가 되어야 할지를. 아이에게 단 한 사람의 엄마이자, 가능한 한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누구나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저는, 아이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느꼈습니다. 수없이 바뀌는 얼굴들 사이에서, 단 한 사람의 온기 있는 존재로 남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엄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로 맺어진 관계, 그 안에서 피어난 연대

 

영화의 중심은 상훈이와 열한번째 엄마, 즉 새로운 여자(김혜수 분)의 관계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 그녀는 그 어떤 모성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무뚝뚝하고 냉정하며, 철저히 이기적인 모습이 강했습니다. 자신의 생계를 위해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상훈이와 함께하게 된 사람처럼 보였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훈이와 그녀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누가 먼저 다가간 것도, 계획된 것도 아닌, 삶의 불가피한 외로움이 만들어낸 연대였습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밀어내지만, 점차 서로의 상처를 통해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큰 공감을 느꼈습니다. 어릴 적 저 또한 결핍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고, 엄마의 사랑이 꼭 따뜻하고 넉넉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생계를 위해 감정적으로 단절된 시기도 있었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엄마와의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그것을 외면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보니 그건 외면이 아니라 '버팀'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도 어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었고, 그녀 또한 현실의 무게 속에서 견디기 위해 감정을 접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은 어릴 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안에 담긴 고단함과 애정을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열한번째 엄마는 상훈이에게 "너한텐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 말은 상훈이를 향한 경고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게도 하는 주문처럼 느껴집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상처받은 어른들의 전형적인 자기 방어 방식입니다. 상처 위에 쌓아 올린 벽이지만, 그 안에는 외로움과 불안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릅니다. 아이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다시 다가가고, 화를 내면서도 끝내 상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상훈이는 그렇게 열한번째 엄마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관계의 문을 열어갑니다. 아이의 본능적인 연결 욕구는 때로는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마음은 그렇게 본능적으로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결국, 영화 '열한번째 엄마'는 혈연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돌보고 지지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가족은 피가 아니라 함께 견디고, 함께 웃는 시간에서 생겨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우리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부모와 자식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친구, 이웃, 또는 낯선 사람과도 깊은 유대와 연대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진심이 오가는 관계는 피보다 더 진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해줍니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우리가 끝내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타인과의 연결입니다. 상처는 사람을 멀어지게도 만들지만, 반대로 상처를 통해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진실. '열한번째 엄마'는 바로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열한번째 엄마일 수도, 상훈이 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상처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연대하고, 결국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존재들입니다.

 

결핍 속에서 피어난 사랑,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한 가지

 

'열한번째 엄마'의 마지막 장면은 어떤 드라마틱한 감정 폭발이나 화려한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그저 조용하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그러나 분명하게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펼쳐집니다. 이 장면은 오히려 그 절제된 감정 덕분에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기며 제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세상은 흔히 관계를 조건이나 역할로 구분 짓고, 사랑조차도 의무나 책임으로 계산하려 들지만, 진심은 그런 모든 것을 뛰어넘는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고요히, 그러나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열한번째 엄마'를 보며 저는 자연스럽게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나는 과연 내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전하는 일에 소홀했던 건 아닐까. 문득 떠오른 건 아이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매일같이 곁에 있으면서도, 때로는 그 아이의 표정 하나, 작은 감정 하나를 놓치고 있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죠.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 말없이 건네는 눈빛 속에도 사랑이 있고, 상처가 있고, 기대가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지나쳐버린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인정받고 싶은 결핍을, 또 어떤 사람은 사랑받고 싶은 결핍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아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처럼, 또는 우리 자신처럼 말이죠. 그 결핍은 때때로 우리를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관계를 왜곡하거나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믿는 것은 하나입니다. 진심은 결국 전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말보다 조용한 행동으로,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키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담긴 시선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습니다. '열한번째 엄마'는 단지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우리 삶 속에서도 자주 마주하게 되는 모습입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피가 아니라 마음으로 맺어지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게 엄마가 되어준다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서 진짜 엄마가 아닌 존재로부터 엄마 같은 따뜻함을 느꼈던 기억. 그런 순간들은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단순히 보호하고 보살피는 관계를 넘어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온기를 나누는 인간적인 유대감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이 오가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치유되고,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조심스레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의 몇 번째 엄마, 혹은 몇 번째 가족이 되어주신 적이 있나요? 때로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누군가의 삶에 큰 의미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단지 곁에 머물러 준 것만으로, 작은 배려 하나로,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로 말이죠. 그래서 결국 우리가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선물은 '마음'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저는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주변의 사람들을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은 시선을 건네 보세요. 우리는 모두 사랑이 필요한 존재이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니까요. 진심은, 언제나 결핍을 넘어 사랑을 피워내는 씨앗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