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거울 속 낯선 얼굴, 오래된 꿈이 반짝인다, 오늘의 나는

[수상한 그녀] 거울 속 낯선 얼굴, 오래된 꿈이 반짝인다, 오늘의 나는

 

 

거울 속 낯선 얼굴, 그리움이 말을 걸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선 저는,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분명 제 얼굴인데,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주름이 깊어진 눈가, 탄력을 잃은 볼살, 그리고 어깨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한 피로감. 거울 속 그 사람은 한때 누군가의 딸이었고,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이며 아내로 살아가는 ‘나’였습니다. 하지만 그중 어디에도 '진짜 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살아오며 저는 저를 놓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던 날, 무심코 리모컨을 눌러 켜진 TV에서 영화 '수상한 그녀'가 방영 중이었습니다. 이미 본 영화였지만 이상하게도 화면 속 오말순의 이야기가 그날따라 유독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손주를 키우고, 아들을 챙기고, 며느리와의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꼭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영화 속 그녀가 우연한 기회로 젊음을 되찾고, 다시 꿈을 꾸게 되는 장면에서 저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때 저도 꿈이 있었지요. 가수가 되고 싶다던, 시를 쓰고 싶다던, 그냥 '나'로 살아보고 싶다던 그 시절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세월은 야속하게도 그런 꿈들을 하나하나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땐 밤새 간호를 해야 했고, 남편이 힘들어할 땐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야 했으며, 부모님이 아프실 땐 제 역할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언제부턴가 제 삶은 저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내 이름보다는 '누구 엄마', '누구 아내'로 불리는 것이 익숙해졌고, 스스로를 뒤로 미루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 '수상한 그녀' 속 오말순이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오를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꿈이란 것이 꼭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요. 단지 내가 나답게 살고 있다는 기분,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 자체가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걸요. 오말순은 젊어졌기에 다시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났기에 빛났던 것입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본 후, 저는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침에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했고, 좋아했던 노래를 다시 틀어보았습니다. 오래전에 접어두었던 다이어리도 꺼내 보았지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나'라는 존재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이기 전에, 나는 분명히 한 사람의 '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벅차게 다가왔습니다. 거울 속 낯선 얼굴은 사실, 내가 너무 오래 바라보지 않아서 낯설어진 것뿐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분명 젊은 시절의 설렘도, 엄마로서의 따뜻함도, 여자로서의 섬세함도 다 들어 있었지요. 이제는 그 얼굴을 매일 들여다보며 말 걸어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네가 참 자랑스러워." 그렇게 저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움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이 아닙니다. 그리움은 내가 잠시 잊고 지낸 '진짜 나'를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입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저는 거울 앞에서 천천히 배우고 있습니다.

 

마음의 서랍을 열면 오래된 꿈이 반짝인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코미디 영화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스크린 속에서 젊음을 되찾은 오말순, 아니 이제는 오두리로 다시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제 가슴 한편을 묵직하게 두드렸습니다. 특히 무대 위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은 단순한 공연이라기보다는, 평생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열망과 꿈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반짝이는 눈빛, 울림 있는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표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녀는 단지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잊고 살았던 나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저도 제 마음의 서랍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꿈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지요. 하지만 학업과 취업, 생활의 무게 속에서 그 꿈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고, 결국 서랍 깊숙한 곳에 넣은 채 존재조차 잊고 살았습니다. 그 서랍은 오랜 시간 열리지 않았고, 먼지가 소복이 쌓인 채 조용히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두리의 모습을 보며 문득, 그 서랍을 조심스럽게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보석처럼요. 빛은 바랬을지 몰라도, 본질은 그대로였습니다. 다시 연필을 들고 싶고, 하얀 종이에 내 마음을 그려보고 싶다는 열망이 조용히 피어올랐습니다. 그것은 단지 예술적인 표현을 넘어서, 다시 ‘나’를 찾고 싶다는 간절함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대리만족일 수 있지만, 제게는 그것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자극이었습니다. 오두리가 되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로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잊고 산 꿈들은 사실 우리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불러주기를, 다시 꺼내주기를 말이죠. 영화 속 오두리는 젊음이라는 기회를 통해 잊힌 자신을 꺼내보았습니다. 하지만 꼭 젊음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마음의 서랍을 열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자신의 오래된 꿈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작은 계기 하나가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날 이후, 오랜만에 스케치북을 꺼내고, 몇 줄의 글을 써보았습니다.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수상한 그녀'는 제게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선물해 준 영화였습니다. 그저 지나칠 수도 있었던 한 장면이, 마음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꿈의 먼지를 털어주었고, 그 반짝임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서랍은 계속 열려 있을 겁니다. 언젠가 다시, 더 환하게 빛날 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다정해야 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마지막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주인공 오말순은 마법처럼 젊어진 삶을 잠시 경험한 끝에, 다시 노인의 몸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의 순간,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족을 택합니다. 젊음을 포기하면서도 그녀의 표정에는 후회나 미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깊은 평온함과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은 단순히 늙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자리로 돌아가는 용기 있는 발걸음이었습니다. 오말순이 보여준 용기는 제가 평소 외면하던 어떤 질문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나는 지금의 나를 얼마나 다정하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때로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오늘을 돌보지 못합니다. 매일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살뜰히 챙기는 일은 자꾸만 뒤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후로, 저는 조금씩 태도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 자신에게 다정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오말순이 젊어진 모습으로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젊음을 되찾았지만 그녀의 삶에는 여전히 책임과 사랑, 관계 속에서의 갈등이 존재했습니다. 결국 그녀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다시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진짜 연결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선택은 일종의 성장처럼 보였습니다. 외모나 나이가 아닌, 내면의 깊이를 통해 삶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정이었지요. 이 이야기는 저에게도 작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감정과 고민, 기쁨과 슬픔까지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떤 순간을 억지로 지우거나 숨기려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종종 무심해지고, 익숙함에 기대어 그들의 마음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말순이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깊은 애정과 존중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도 그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어색하더라도 "고마워" "사랑해" 같은 말들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다정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말과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다정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것은 단지 타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다짐입니다. 때로는 실수하고 부족해도,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미소 지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도 진심 어린 다정함을 건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영화 같은 전환점이 없더라도,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