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이야기
2023년 개봉한 한국 영화 '소년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정적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40대 초반의 기혼 여성, 즉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면 단순한 범죄 영화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는 1999년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 이후 벌어진 사회적 부조리, 그리고 그 안에서 희생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누명을 쓰고 10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청소년의 삶은, 자식을 둔 엄마라면 누구나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저는 단지 범죄 사건을 다룬 사회 고발 영화쯤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시작하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극 중에서 그 소년이 죄도 없이 수갑을 찬 장면에서는 마치 제 아이가 그런 일을 겪는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어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법제도의 허점, 그리고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선택들이 어떻게 한 아이의 인생을 망쳐놓는지를 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화 '소년들'은 단순히 실화를 재현한 데서 멈추지 않고, 사회 정의, 책임, 그리고 용기에 대해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인물들에게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처한 환경과 사회적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소년들'은 단지 관람용 콘텐츠가 아니라, 깊은 사색을 유도하는 사회적 텍스트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와 용서, 그리고 회복의 의미
40대 기혼 여성으로서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단어는 '정의와 회복'이었습니다. 영화 속 소년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10년 넘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무도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고, 그는 체념 속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만약 제 아들이 그런 일을 겪는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자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소년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억울한 사건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후의 회복 과정까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난 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 특히 변호사와 기자, 그리고 당시를 기억하는 몇몇 인물들이 힘을 합쳐 싸우는 과정은 감동적입니다. 특히, 진실을 밝히기 위한 끈질긴 의지와 용기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너무 빠르게 포기해 버리는 사회 속에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소년들'은 그저 감동적인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사회를 신뢰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 사회적 거울입니다. 용서도, 회복도 쉽게 얻어지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걸어가야 다음 세대가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고민의 출발점이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겪는 일, 친구 관계, 학교생활에 대해 그저 '괜찮겠지'라는 무관심으로 넘어간 적이 많았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소년처럼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어떤 아이도 쉽게 사회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소년들'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우리가 더 깨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달해 줍니다.
다시 생각하게 된 부모의 책임
'소년들'을 다 보고 난 후, 가장 오래 남는 여운은 바로 부모로서의 책임감이었습니다. 저는 평범한 40대 초반의 엄마이고, 가정을 꾸리며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과연 나는 아이가 사회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알고 있었을까요? 영화는 그런 제 마음을 조용히 찔렀습니다. 영화 속에서 소년은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부모는 그의 억울함을 세상에 호소하지 못했고, 결국 아이는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울타리이자, 마지막 보루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아이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소년들'은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저는 아이에게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단지 '학교 잘 다녀왔어?'라는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오늘 힘들었던 일은 없었니?', '친구들과 잘 지내?'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마음을 열려고 노력 중입니다. 영화 '소년들'이 주는 교훈은 단지 국가나 사법제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정의와 관심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 또한 '소년들'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삶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사회, 억울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정의로운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더욱 깨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