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꿈이던 날들, 욕망의 속삭임, 결국 남는 것은

[돈] 꿈이던 날들, 욕망의 속삭임, 결국 남는 것은

 

 

꿈이던 날들, 계산서 위에 적힌 현실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향해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종종 계산서를 바라보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영화 '돈' 속 주인공 조일현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내 꿈을 잊었을까?"라고요. 젊은 시절에는 나만의 성취와 독립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현실이라는 이름의 계산서 위에 모든 희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고정지출, 학원비, 보험료, 대출 원리금까지. 어느 날은 장을 보다가 장바구니를 조용히 내려놓고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영화 '돈'에서 조일현은 주식회사에 입사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깨닫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냉정하고, 사람들은 숫자에 더 민감하다는 걸요. 그의 심장은 현실 앞에 작아지지만, 동시에 불붙는 야망도 키워갑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가정을 꾸린 후 저 역시 하루하루 성과를 내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성과는 누구에게 인정받기보다, 가족을 위한 경제적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일현이 우연히 마주친 '번호표'라는 인물은 한순간에 그의 삶을 뒤흔듭니다. 거대한 자본의 흐름, 눈에 보이지 않는 주가 조작의 세계. 영화는 스릴 넘치는 사건 속에서도 꾸준히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요. 관객이 조일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와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도 반문하게 만듭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첫 번째 큰돈, 어릴 적 꿈꾸던 자유의 상징 같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덫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며 어쩌면 매일 조금씩 양심을 지불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욕망의 속삭임, 가장 조용한 무너짐

 

돈은 우리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흔듭니다. 영화 '돈'에서 일현은 처음에는 단지 잘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였습니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더는 주눅 들지 않고 어깨를 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눈빛은 변해갑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숫자 속에서 그는 어느덧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그 모습이 무섭도록 현실적이었습니다. 40대의 삶은 아이러니합니다. 아직 젊지만 젊지 않고, 여전히 꿈꾸지만 꿈꾸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특히 아이가 생긴 후 저는 제 이름보다 '엄마'로 더 자주 불립니다. 그 말속에는 책임과 사랑이 공존하지만, 때로는 내 존재가 지워진 듯한 공허함도 함께합니다. 그런 저에게 조일현의 변화는 단지 남성의 욕망만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나도 잘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가 부와 성공을 좇는 동안, 영화는 관객에게 한 가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일현이 고요히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성공도 밤이 되면 혼자 남겨지는 법이라는 것을 영화는 침묵 속에서 들려줍니다. 그의 무너짐은 그렇게 조용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도 없이, 박수갈채도 없이,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무너져갔습니다. 현실의 우리도 그렇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속으론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돈은 그 갈증을 달래주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양심을 무디게 하고, 가치관을 흐리게 만듭니다. 영화 속 일현처럼, 나 역시 그런 유혹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지,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온기를 품은 사람들

 

영화의 말미, 조일현은 중요한 선택을 합니다. 더 깊은 곳으로 침잠할 수도 있었고, 다시 삶을 회복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의 선택은 영화 전체의 무게를 감싸 안으며 잔잔한 감동을 남깁니다. 그는 결국 깨닫습니다. 자신이 진짜 지키고 싶었던 것은 거대한 수익도, 멋진 자동차도 아닌, 소소한 일상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상은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나만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저녁을 준비하며 들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늦은 퇴근에도 묵묵히 등을 내어주는 남편의 손길,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닐까요? 조일현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후회는 단순한 참회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욕망의 끝에서 돌아왔습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아주 작은 용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용기가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그런 기로에 섭니다. 더 많이 벌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은 결국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였는가'로 기억됩니다. 영화 '돈'은 그 단순한 진리를 아주 강렬하고 감성적으로 전합니다. 오늘도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한숨짓는 저에게 이 영화는 말해줍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다"라고. '돈'보다 소중한 당신의 하루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영화 '돈'은 단순히 주가 조작을 다룬 스릴러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매일 맞이하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진짜 바라는 삶의 형태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게 이 영화는 '무엇이 진짜 소중한가'를 다시 묻습니다. 결국 삶의 정답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선택한 하루하루 속에 스스로의 가치가 스며들고, 그 선택들이 당신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 웃는 아이와 따뜻한 밥상이 있다면, 이미 최고의 성공을 이룬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