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가족을 위한 희생,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국제시장]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가족을 위한 희생,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다

 

영화 '국제시장'을 처음 보았을 때,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단순히 감동적인 장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제 아버지, 아니 우리 부모 세대가 겪었던 고단한 인생의 압축판을 본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영화는 '덕수'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따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담담하게 펼쳐 보입니다. 6.25 전쟁의 참혹함, 이산가족의 아픔, 생계를 위해 독일로 떠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전쟁 파병, 그리고 눈부신 산업화의 그늘까지. 덕수의 삶은 곧 대한민국의 삶이었고, 수많은 가정의 이야기였습니다. 40대가 된 지금, '국제시장'을 다시 떠올리며 자연스레 제 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졌습니다. 항상 무뚝뚝하고 말수 적으며, 가족보다는 늘 일을 먼저 챙기시던 그 모습이 어릴 적엔 서운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 아버지처럼 다정한 모습은 없었고, 함께 놀아주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말 대신 행동으로 가족을 지켜온 사람이었습니다. 덕수가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듯,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시대의 요구에 묵묵히 따랐던 것입니다. 덕수는 어린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꿈이었던 백과사전 번역가의 길을 포기합니다. 오직 가족의 생존이 우선이었던 시절, 개인의 꿈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영화 속 덕수의 결정은 특별한 영웅담이 아니라, 당시 수많은 가장들이 실제로 감내했던 현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이 정말 대단했던 이유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흔들림 없이 가족을 지키려 했던 평범한 일상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도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내 시간을 줄여가며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릴 적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선택들이 이제는 조금씩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그 시절 아버지처럼 저 역시 일터에서의 무게를 이겨내고, 아이들에게 안정된 삶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원망했던 마음이 어느새 감사로 바뀌는 순간이 많아졌습니다. '국제시장'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고, 어떤 희생 위에서 지금의 일상이 가능해졌는지를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하고 진한 울림을 주는 이 영화는, 그 시절의 아버지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따뜻한 창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눈물과 땀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잊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작품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는 것이겠지요.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말의 무게

 

영화 국제시장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가족을 위한 희생'입니다. 주인공 덕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이 되어야 했고, 가족의 생존을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처음 사랑하게 된 소녀처럼 웃던 첫사랑도, 예술가가 되어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꿈도 결국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개인의 욕망이나 행복은 항상 뒤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가족이라는 이름의 책임이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덕수는 그런 희생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그 무게를 탓하지 않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어린 시절 흥남 철수 작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동생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탄광과 베트남 전쟁터를 오가야 했던 그의 여정은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 속 수많은 평범한 가장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희생의 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우리 삶 속에서도 여전히 그 흔적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시대의 외형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가족을 위한 포기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중년의 여성으로 살아가다 보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게 됩니다. 직장에서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항상 아이들에게 머물러 있고, 퇴근 후엔 곧장 밥을 차리고, 숙제를 도와주고, 빨래를 개고, 내일 입힐 옷을 미리 챙겨놓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누군가를 위해 보내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날들이 이어집니다. 때로는 그런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꿈꿨던 삶은 어디로 갔을까 허탈함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단지 '엄마', '아내'라는 이름에만 묶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삶을 가치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그 안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사랑이 숨어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덕수의 인생은 어쩌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길이었지만, 그 길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청춘을, 꿈을, 사랑을 내려놓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진심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드러났습니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덕수의 삶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그 속에서 우리 부모님 혹은 나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게 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가끔은 내가 포기한 것들이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지금의 삶이 과연 내 의지로 만들어진 것인가 되묻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저녁 식탁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그 모든 포기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게 됩니다. 내가 선택하지 못한 길이라 해도, 누군가의 웃음과 안정을 위해 걸어간 길이라면, 그것 또한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영화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알려줍니다. 결국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말은 단순한 미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현실이며,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인생의 한 단면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그 무게를 가볍게 다루지 않으며, 오히려 진중하게 되새깁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은 위로받고, 조금은 다시 힘을 얻게 됩니다.

 

오늘의 나,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질문이 생깁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이 질문은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저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속 주인공 덕수가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던 모습은, 어느새 제 삶과 겹쳐졌습니다. 저 역시 덕수처럼,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조연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녀를 위한 희생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는 지금, '국제시장'은 그런 일상이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단지 부모로서의 공감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제시장'은 무엇보다도 기억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 줍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 위에 쌓인 것인지 잊고 지냅니다. 덕수의 인생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진 시간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6.25 전쟁,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파병 등, 누군가는 교과서에서나 접했을 이야기들이 덕수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영화는 그 시절을 살아낸 이들의 아픔과 헌신을 마치 가족 앨범을 펼쳐보듯 따뜻하게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 앨범 속 사진을 보며 눈물 흘리는 누군가의 마음처럼, 우리의 가슴에도 조용한 울림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덕수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가족을 지켜낸 모습이었습니다. 그 희생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내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내가 지나온 길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덕수처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꿈을 내려놓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야말로 부모로서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부모들은, 겉으로는 달라 보일지 몰라도 덕수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면서도, 가족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 아이가 아프지 않도록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바람은 시대를 초월한 공통된 감정입니다. 그래서 '국제시장'은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엄마이자 딸, 그리고 아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입니다. '국제시장'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 언젠가 제 아이들과도 꼭 함께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날, 아이들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누군가가 사랑으로 지켜낸 시간들 덕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