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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진심의 무게, 연대의 온기,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by dall0 2025. 8. 6.

[교섭] 진심의 무게, 연대의 온기,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교섭] 진심의 무게, 연대의 온기,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 안에 담긴 진심의 무게

 

2023년 개봉한 한국 영화 '교섭'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외교 작전이라는 점에서 이미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슴을 울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40대 초반, 가족을 삶의 중심으로 두고 살아가는 저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정치 드라마 그 이상이었습니다. 영화 '교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 반군에게 납치된 한국인 선교단을 구출하기 위해 파견된 외교관 '정재호'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의 교섭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냉철한 협상가들의 심리전을 기대했지만, 정작 스크린을 마주한 후엔 전혀 다른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었습니다.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정재호는 결코 완벽한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 속엔 누구보다도 뜨거운 진심이 숨겨져 있습니다. 특히 인질과 가족이 영상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저는 가슴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그 영상은 단순한 영화 속 연출이 아니라 내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현실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남편이 출장 중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아이가 수학여행 중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늘 제 안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절박한 눈빛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교섭'이라는 단어는 차가운 느낌이지만, 이 영화 속 교섭은 생명을 향한 진심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진심은 때로는 무력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사람을 움직이고 상황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교섭'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알려줍니다.

 

다른 세계, 낯선 얼굴들 속에서 피어난 연대의 온기

 

처음에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배경이 무겁고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뉴스를 통해 접한 전쟁과 종교 갈등의 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언어도 문화도 익숙하지 않아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점점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 또한 가족을 걱정하고, 친구를 위하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통역사 '카심'은 영화 '교섭'속에서 큰 울림을 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한국인 인질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협조합니다. 때로는 겁에 질리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도 하지만, 결국엔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선택을 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우리 일상에도 카심과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함께 손을 내밀고, 상황이 어렵더라도 서로를 지켜주는 평범한 사람들 말입니다. 아이의 선생님, 남편의 직장 동료, 이웃 어르신까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런 연대의 온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교섭'이라는 외교적 과정이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정재호와 박대식이 협상을 이어가며 겪는 심리적 갈등은, 마치 부부나 부모 자식 간의 갈등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오해가 생기고,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서로를 향한 마음과 이해가 있다면 갈등은 해소될 수 있습니다. 영화 '교섭'은 국가 간의 외교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인간 대 인간의 교감이 더 크게 자리합니다. 외국인의 눈빛 하나에도, 숨죽인 울음소리에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유이며, 이 영화가 전하려는 가장 깊은 메시지입니다.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지켜내야 할 평범함

 

'교섭'의 마지막 장면, 인질들이 무사히 귀환하여 가족들과 재회하는 장면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지난한 교섭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흘린 수많은 눈물과 땀, 그리고 희망의 총합이었습니다. 가족이 서로를 껴안고 흐느끼는 장면에서, 저 역시 숨죽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 속에는 안도, 감사, 미안함, 그리고 다짐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당연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아침이면 알람을 끄고 아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챙기고, 퇴근 후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그런 하루가 반복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평범함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려줍니다.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가장 간절히 바란 것은 거창한 미래가 아닌, 다시 가족을 만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저는 때로 일상이 지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집안일, 끊임없는 육아, 감정 노동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섭'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지루하다고 느껴졌던 일상은 누군가에겐 간절한 꿈이고,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생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목숨만 살려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그 안에는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감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끝까지 강조합니다. 외교관 정재호의 끈질긴 설득과 인내, 그리고 박대식의 냉정한 판단력 속에는 모두 사람을 사람답게 지켜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극장을 나서며, 저는 다시 다짐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가족과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누군가를 믿고, 나도 누군가에게 믿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잊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영화 '교섭'은 단순히 한 사건을 극적으로 재현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본질을 말해주는 작품입니다. 진심은 외면당할 수 있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기적처럼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조용히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