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육아와 일상 속 잠시 멈춘 숨결
서른을 넘기고 마흔이 되면서 삶은 더 단단해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매일 아침, 아이를 깨우고 도시락을 싸고 회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늘 유보된 채로 시간에 밀려갑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예고편,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라는 제목이 낯설면서도 끌렸습니다. '데몬 헌터'라니, 내 현실과는 너무나 먼 이야기 같지만, 묘하게 끌리는 제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홀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무거운 분위기로 관객을 끌어당깁니다. 어두운 성당, 괴기스러운 속삭임, 그리고 강렬한 액션. 겉으로 보면 그저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퇴마 액션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어둠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요. 특히 윤하라는 인물은 제게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녀는 단지 데몬을 사냥하는 영웅이 아닙니다. 한때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그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어쩌면 제 모습과도 겹쳐 보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죄책감, 매 순간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 그리고 무거운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잊고 사는 모습까지 말입니다. 영화관 안에서 처음으로, 저는 혼자 울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도 없고, 아이의 요구도 없는 그곳에서, 윤하의 슬픔이 제 안의 무언가를 건드린 것입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결국 저에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당신도 누군가에겐 영웅일 수 있다고요. 어쩌면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악마를 무찌르는 힘이 아니라, 하루를 버티는 용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공감한 윤하의 눈물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윤하라는 인물에 더욱 깊게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윤하는 단순히 딸을 잃은 상처 많은 여성이 아닙니다. 그녀는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끝없는 그리움 속에서도 살아내는 엄마였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단순한 육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내 몸의 일부였던 생명을 바깥세상에 내보내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끝없이 걱정하고 책임지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만약 그 아이를 잃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영화에서 윤하는 그 고통 속에서도 살아갑니다. 심지어 악마를 사냥하면서까지 말입니다. 그녀의 행동은 복수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구원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윤하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작고도 사소한 상처들이 얼마나 큰 무게를 지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 장면에서 윤하가 소녀 귀신을 바라보며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눈물이 터졌습니다. 그것은 단지 귀신을 달래는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그 말은 윤하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이 짧은 말이 그렇게 크게 다가온 건, 저 또한 제 삶에서 같은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아내가 되지 못했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했을 때,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죄처럼 느껴졌을 때. 그 모든 순간, 우리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쉽게 비난합니다. 윤하의 눈물은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감독은 윤하를 통해 여성의 감정, 엄마의 내면,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취약함을 치열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전형적인 퇴마물에서 보기 드문 섬세한 접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영화가 끝난 후 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그날 윤하의 눈물은 제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오래도록 울렸습니다.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결코 단순한 장르 영화에 머물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공포와 액션, 악령과의 싸움이 주를 이루지만, 그 이면에는 삶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이 촘촘히 녹아 있습니다. 영화 후반, 주인공들이 맞서 싸우는 악령은 단지 외부의 존재가 아닙니다. 그 악마는 각자의 마음속 어둠, 죄책감, 과거의 상처, 그리고 외면했던 진실이 형체를 얻은 존재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강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윤하가 마지막으로 마주한 적은 그 어떤 귀신보다도 무서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과거의 선택, 자책, 상실감, 그리고 무력감. 그러나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맞섰고, 결국 스스로를 용서했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삶에 대한 메타포처럼 다가왔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여자로 살아가다 보면 수없이 많은 역할에 짓눌리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릴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말합니다. 진짜 악마는 상처 입은 채로 살아가기를 포기한 나일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나 동시에 영화는 따뜻하게 속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충분히 빛날 자격이 있다." '거룩한 밤'은 결국 어둠 속에서 진짜 자신을 마주하고, 다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퇴마가 아닌 구원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는 모든 이들을 위한 찬가였습니다. 저 역시 그날 이후,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했을 때, 남편에게 짜증을 내고 미안해졌을 때, 다시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싸우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잘하고 있어."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영화가 아닌, 제 삶에 용기를 준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장면, 그 대사, 그 눈빛이 제 삶을 지탱해 주는 빛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