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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 첫걸음은 늘 서툴지만, 따뜻한 연대, 포기하지 않으면

by dall0 2025. 5. 20.

[각설탕] 첫걸음은 늘 서툴지만, 따뜻한 연대, 포기하지 않으면
[각설탕] 첫걸음은 늘 서툴지만, 따뜻한 연대, 포기하지 않으면

 

 

첫걸음은 늘 서툴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눈부십니다

 

40대에 접어든 지금, 나는 인생의 반환점을 지난 어딘가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흘러갑니다. 아침이면 아이들을 깨우고, 허둥지둥 등교 준비를 도운 뒤 출근길에 오릅니다. 직장에서는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퇴근 후에도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있습니다. 잠시 소파에 앉아 쉬고 나면, 이미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시간들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영화 '각설탕'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2006년, 처음 개봉했을 당시엔 그저 감동적인 가족 영화쯤으로 여겼던 기억이 납니다. 말과 소녀의 우정, 그리고 성장이라는 뻔한 플롯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양한 역할과 무게를 짊어진 지금 다시 본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감정의 결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엔 지나쳤던 장면 하나하나가 가슴 깊은 곳을 톡 건드리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건, 같은 장면에서 더 많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시은은 어릴 적부터 말과 친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평범한 가정, 특별할 것 없는 환경 속에서 '조련사'라는 직업을 꿈꾸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무모하게 보였을 겁니다. 게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제약과 편견이 따르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은은 꿈을 향해 달렸고, 그 길 위에서 수많은 상처를 견뎌냈습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엔 꿈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하고 싶었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그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꿈보다 무거웠습니다. '여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해', '그런 건 취미로 하는 거지, 직업으론 어렵지'라는 말들이 내 주변을 에워쌌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꿈 대신 현실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 사회의 시선, 그리고 생계를 위한 책임감 속에서 꿈은 점점 희미해졌고,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 갔습니다. 그런 나에게 시은이 다시 말과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장면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마주하는 그 용기, 그리고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진심. 시은의 눈빛 속에서 나의 과거가 보였고, 아직 꺼지지 않은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이었지만, 그 장면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각설탕'은 단지 동물과 소녀의 우정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에 지치고, 잊고 살던 꿈을 마음 한편에 묻어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달리고 있고, 누군가는 다시 출발선 앞에 서 있겠지요. 어쩌면 나는 지금 그 출발선 근처에서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첫걸음은 언제나 서툴고, 두렵고, 때로는 아프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참으로 눈부시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예전만큼 대담하지는 않지만, 그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다시 꿈을 꾼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꿈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조금 더 빛이 들어온 것 같아 고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따라 달릴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상처 입은 존재끼리 나누는 따뜻한 연대

 

영화 '각설탕' 속에서 시은과 말 '루비'는 서로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공통된 결이 흐릅니다. 시은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깊은 상실을 겪으며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갑니다. 반면 루비는 경주마로 태어나 사람들의 기대 속에 살아가다, 한순간의 부상으로 버려지고 학대받은 상처를 품고 있는 말입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두 존재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점차 치유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영화 '각설탕'은 단순히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넘어서, '상처 입은 존재들끼리의 연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습니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지지만, 어떤 상처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삶의 방향까지 바꿔놓습니다. 때로는 그 아픔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조차 거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상처를 가진 사람들끼리야말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습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상처를 알아보는 눈빛과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습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틀어지는 날이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마음속에는 늘 무언가가 뒤엉켜 있었지만, 그것을 말로 꺼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괜찮아"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며 내 감정을 억눌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친구가 아무 말 없이 집 앞에 찾아와 따뜻한 국을 끓여주고 갔습니다. 별다른 대화도 없이, 함께 앉아 조용히 밥을 먹던 그 순간. 저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고, 오랜만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울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봐 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조금씩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은과 루비의 관계도 그러했습니다. 서로를 말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머물며 존재로 위로했습니다. 루비가 마지막 경주를 앞두고 다리를 다친 채 달려 나가려 할 때, 시은은 끝까지 그 곁을 지켰습니다. 그 장면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을 믿어준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그 믿음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상처로 인해 고립되기도 하지만, 그 상처 덕분에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시은과 루비처럼 말없이 서로를 감싸 안는 관계, 고통 속에서도 손을 잡아주는 그런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비로소 살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나 또한 누군가의 곁에서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말 대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은 늘 불완전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완주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각설탕'은 얼핏 보면 경주마와 소녀의 우정을 다룬 스포츠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우리의 인생을 투영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는 "말이 달리는 걸 보며 무슨 감동을 느끼냐"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그 말이 달리는 모습에서 제 삶의 단면을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인생 트랙 위를 달리는 경주마와 같기 때문입니다. 출발선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나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그 의지 아닐까요? 40대가 되면 인생의 제2막이 열린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녀는 사춘기를 지나며 독립적인 존재로 커가고, 부모님의 노화는 눈에 띄게 다가옵니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경제적 현실은 더 무겁게 어깨를 짓눌러옵니다. 이런 수많은 변화 앞에서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나만 뒤처진 듯한 초조함, 언제쯤 내 속도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각설탕' 속 시은이와 루비의 이야기는 잔잔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시은이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루비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넘어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된다." 그 단순한 진리를요.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 아닐까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용기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런 마음에서였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 삶의 리듬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은 욕구. 때로는 웃긴 일상을, 때로는 깊은 고민을 나누며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물론 애드센스 수익도 중요하겠지만, 제게 더 큰 가치는 이렇게 한 편의 영화에서 삶의 방향을 되짚고, 그것을 글로 남김으로써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각설탕'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나요?" 그리고 "그 길에서 누구와 함께하고 있나요?"라고요. 삶이라는 긴 경주 속에서 우리는 종종 방향을 잃습니다. 하지만 함께 달릴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멈춰서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자신의 결승선을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인생은 승패를 가르는 경주가 아닙니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가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갔는가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제 삶의 트랙 위를 달립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가고, 누군가는 제 옆을 스쳐 지나가지만, 저는 제 속도대로 묵묵히 발을 내딛습니다. 느리더라도, 때로는 멈추더라도. 중요한 건 '계속' 달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저만의 결승선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는 믿음입니다.